“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사람, 당신이 아는 모든 이가 하나의 점 위에 있습니다.”
1990년 2월 14일, 보이저 1호는 64억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사진 한 장을 보내왔습니다. 사진 속 지구는 햇빛 속 먼지처럼 작은 창백한 푸른 점이었습니다.
그 작은 점 위에서 인류는 태어나고 사랑하고, 갈등하며 미워하다 결국 사라집니다.
우리는 때로 눈앞의 현실이 너무도 절대적으로 느껴져 일상에 압도된 채 살아갑니다. 그러나 광활한 우주와 비교하면, 인간의 삶은 찰나보다도 짧고, 먼지처럼 미미한 존재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번 전시는 그 겸허한 인식에서 출발했습니다.
13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 여정에서 우리는 작은 존재로서 인간을 마주합니다.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잊은 채 증오와 갈등을 반복하는 우리의 모습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흘러가는 시간 속에 쌓이는 기억, 생명의 리듬이 우주의 흐름과 맞닿는 순간이 차례로 펼쳐집니다. 사라져 가는 것들에 관한 기록과 반복되는 일상의 흔적 속에서 서로의 공통된 연약함을 발견하게 됩니다.
예술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면 분절 사이에서도 연결의 가능성이 보입니다. 광활한 우주 속 작은 별들이 모여 은하를 이루듯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은 개별의 존재가 어떻게 서로를 비추고 위로할 수 있는지 사유해 보는 시간입니다.
지금 우리는 모두, 그 창백한 점 위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