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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ㅡ선혜원

호흡ㅡ선혜원


〈호흡ㅡ선혜원〉, 2025, 장소특정적 설치 유리 패널, 가변 설치.


조선시대 왕실의 품격을 간직한 전통 한옥 전각인 선혜원의 경흥각에 설치된 김수자의 〈호흡ㅡ선혜원〉(2025)은, 바닥 전체를 거울로 덮는 간결한 제스처를 통해 공간의 구조와 시간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드는 설치작업이다. 관객이 거울 위를 걷는 순간 중첩된 기와지붕과 하늘, 그리고 자신이 반사되며, 그 안에서 과거와 현재, 외부와 내부, 주체와 타자의 경계가 서서히 흐려진다. 작가는 이 공간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축으로서 관람자의 몸을 위치시키며, 호흡하고, 걷고, 바라보는 행위 자체를 작품의 일부로 확장시킨다.


〈호흡ㅡ선혜원〉(2025)은 김수자가 1990년대부터 일관되게 천착해온 정체성, 이주, 존재, 비움의 철학을 이어가는 작업으로, 작가의 대표작 〈바늘여인〉에서처럼 몸은 고정된 수직의 상태로 세계를 꿰는 바늘이 된다. 이 거울 바닥은 단순한 반사면을 넘어 관람자의 시선을 실처럼 앞뒤로 움직이게 하는 하나의 직물이자 확장된 회화 캔버스이며, 이 안에서 우리는 삶과 죽음, 자아와 타자, 현실과 가상 사이에 놓인 자신을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 역사성 장소성과 정신성이 깃든 경흥각은 이 작품을 통해 ‘전체성의 보따리’로 다시 호흡하며, 숨결이 깃든 사유의 공간으로 거듭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