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타 치하루
<끝없는 선>, 2024, 로프, 종이, 책상, 의자, 가변크기. 포도뮤지엄 커미션으로 제작.
길게 늘어진 수많은 선들 사이로 문자 또는 언어를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었던 무한한 생각과 감정들이 하얀 알파벳이 되어 흩어진다. 전시실 중앙에 놓인 집필용 책상(writing desk)에는 접이식 상판이 달려있고 편지나 문서 등을 수납하는 여러 개의 서랍과 칸막이가 있다. 오롯이 글쓰기만을 위해 마련된 이 가구는 기억을 수집하고 보관하는 과정의 상징물이 된다. 한 사람의 삶을 구성해 온 무한한 텍스트들이 구조를 잃고 해체되면 무엇이 남을까? 잃어버린 이야기가 끊임없이 망각의 실로 흩어지는 이 공간에서, 손때 묻은 책상은 마치 기억의 보존자로서 잠시 멈춰 선 듯하다. 시오타 치하루(b.1972)는 무수한 실을 엮은 공간을 통해 생명, 삶, 죽음, 기억과 같은 보편적인 기억과 경험에 축적되는 무형의 감정들을 전달하는 설치미술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