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릴 세인트 온지
<새들을 집으로 부르며>, 2018-2020, 디아섹, 가변크기.
흩날리는 백발 위로 햇빛이 부서져 내린다. 장난꾸러기 아이 같고, 수줍은 소녀 같기도 한 노인의 모습이 따뜻한 시선으로 기록되었다. 사진작가인 쉐릴 세인트 온지의 어머니는 2015년 혈관성 치매를 진단받았다. 농장에서 수십 년간 함께 살아온 모녀의 추억과 감정은 어머니의 기억과 함께 점점 상실되어 가는 듯했고, 작가는 사진 작업을 중단하였다. 그런 중 나른한 햇살이 창에 스며드는 어느 오후에 문득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 작가는, 어머니의 삶 속에서 가볍고도 명랑한 순간들을 포착하기로 결심하고 손에 닿는 모든 카메라로 어머니의 모습을 기록했다. 새를 조각하는 예술가이자 조류 관찰자였던 어머니는 인지저하증에 걸린 이후에도 말총으로 새 둥지를 만들어 가지고 놀며 새에 유난히 많은 관심을 보였다. 쉐릴 세인트 온지(b.1961)는 현재 미국 뉴햄프셔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주로 가족 관계에 초점을 맞춘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