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란 벨처
<바탕화면>, 2024, 세라믹, 가변크기. 포도뮤지엄 커미션으로 제작.
수년간 방치되었던 노트북을 다시 켠 것처럼 깨진 이미지 파일들이 벽면에 즐비하다.
JPEG(.jpg) 파일의 디지털 아이콘들은 클릭할 수 없게 단단히 굳어버린 듯, 실제 물성을 가진 세라믹 형체로 변환되었다. 추억할 만한 순간들이 담겨있을 각각의 장면들이 이제는 열어 볼 수 없는 차갑고 단조로운 기호의 형상으로 박제되었다. 작가는 <바탕화면>을 통해 한때 존재했지만 더 이상 기억해 낼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한 무력감을 상기시키며 ‘기억이 사라진 나는 더 이상 나일 수 없는지’를 묻는다. 캐나다 태생의 알란 벨처(b.1957)는 사진과 조각을 접목하는 개념미술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