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WORKS
보따리
보따리
〈보따리〉, 2022, 헌 이불보, 헌옷, 가변 크기.
〈보따리〉는 김수자의 가장 상징적인 연작 중 하나로 이동, 정체성, 기억에 대한 시적 탐구를 담고 있다. 보따리는 여행을 하거나 이사를 할 때 소지품에 천을 싸서 묶는 한국의 전통적인 생활 도구이다. 김수자는 이 일상적인 오브제 ‘보따리’를 개인적이면서도 집단적인 역사를 포괄하는 조각적, 개념적 매체로 변모시킨다. 때로는 무늬가 있고, 때로는 단색인 천은 보이지 않는 내용물을 감싸며 삶의 전환기를 담아내는 친밀하면서도 보편적인 용기(容器)가 된다. 김수자는 이러한 소박한 형태를 동시대 미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림으로써 보따리를 이주와 디아스포라의 상징이자 물질적⋅비물질적 삶이 흔적을 담는 이동식 보금자리로 재정의한다. 작품은 봉합과 노출, 영속성과 무상(無常)사이의 고요한 긴장감을 머금으며 감싸는 행위는 곧 시간, 이동, 인간의 만남에 대한 명상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