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아름다운 날들>은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는 오늘날, 노년의 삶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에 온기를 더하고 세대 간의 공감을 모색하고자 마련했습니다.
사람의 평균 기대수명이 늘어난 만큼 인생에서 노년이 차지하는 기간도 길어졌습니다. 노화는 신체적인 쇠퇴와 함께 우리의 삶에 예기치 않은 변화를 가져다줍니다. 저출산 세대에 지워질 부양의 무게가 공동체를 지탱해 온 공감과 연대마저도 무서운 속도로 붕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나이 듦을 단지 피해 가고싶은 비운으로 치부하지 않고 어쩌면 더욱 아름다운 삶의 고유한 순간들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전시에 참여한 열 명의 작가는 노화 가운데에서도 특히 인지저하증을 통해 한 사람이 직면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고독의 순간을 예술적 시선으로 집중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정체성과 기억의 연속성을 해체하고 사물과 감각의 지층을 서서히 허물어뜨리는 과정으로, 마침내 우리를 완전히 고립시켜 내면의 무한한 공간 앞에 홀로 서게 합니다. 그렇기에 이 전시에서 인지저하증은 단순한 질병의 형태를 넘어서 영혼의 가장 외딴 구석까지 탐험하게 하는 은유입니다. 이것이 언젠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환기하고 모든 생명의 불가피한 취약함에 공감할 때, 그럼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삶의 위트를 빛나는 조각보처럼 엮어내고 있는 예술에서 위로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연약함과 존엄함을 발견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 전시를 통해 무수한 사람들의 시선이 따뜻하게 교차되어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아름다운 날들’을 함께 그려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우리가 연결되어 살아갈 순간순간이 어쩌면 모두 아름다운 날들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