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터널>
2022, LED 패널, 거울, 무빙이미지
서로를 비추며 무한히 팽창하는 우주와 같은 터널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살아있는 생명처럼 숨 쉬는 크고 작은 글자들이 나타난다. 밤하늘에 무수한 별처럼 빛나는 이 텍스트는 현재 대한민국에 거주 중인 외국인들의 본국 주소와 태어난 연도로 이루어져 있다. 수십 광년 떨어진 곳에서 출발한 별의 빛이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 우리 곁에서 반짝이듯이, 명멸하는 주소들은 각기 다른 사유로 떠나온 이들이 현재 우리 곁에 이렇게나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그리고 햇빛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낮에도 별은 제 자리에서 빛나고 있듯이, 암묵적인 배제 속에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게 존재하는 많은 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등록된 국내 거주 외국인 숫자의 0.03% 정도인 이 주소들과 생년 정보는 사단법인 피난처, 이주민센터 친구,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 MAP의 도움을 받고 본인 동의를 얻어 오랫동안 수집한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