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 620>
2022, 고무 오리 설치, 가변 크기
전시장 바닥에 아이들의 목욕 놀이용 오리 인형들이 길 안내를 하듯 줄지어 서 있다. 값싼 재료로 만들어진 이 러버덕을 전시장 바닥에서 보는 것은 퍽 생경한 일이다. 미국 애리조나의 관세국경보호청에 따르면 미국-멕시코 국경에 있는 사막에서 매년 수많은 러버덕이 발견된다고 한다.
길이가 무려 620km에 달하는 ‘죽음의 사막’에서 왜 이 오리들이 발견되는 것일까? 국경을 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사막을 횡단하는 사람들이 뒤이어 오는 이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러버덕과 같은 밝은 물건들을 이정표로 두기 때문이다. 사막을 헤엄치는 이 러버덕에는 목숨이 절박한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배려하는 이들의 마음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