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처보드>
2022, 스플릿 플랩 디스플레이 보드, 154x254cm
공항의 디파처보드를 연상시키는 안내판에서 각기 다른 이유로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의 증언이 교차한다. 여행의 설렘을 불러일으키는 안내판을 채운 60개의 문장은 하와이로 이주했던 사진 신부, 강제이주를 당했던 고려인, 2차대전 당시 수용소의 유태인, 남아공 인종분리정책의 희생자, 한국전쟁 피란민들, 베트남 보트피플, 시리아와 예멘과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평화를 찾아 떠나온 사람들, 투발루의 기후 난민, 더 나은 삶을 위해 한국으로 이주한 노동자, 혐오와 차별을 이유로 한국을 떠난 사람들이 남긴 말들이다.
전후 맥락이 배제된 채 전해지는 이들의 독백 중 어떤 것은 100여 년 전의 이야기라기엔 놀라울 만큼 우리의 이야기와 닮아있고, 또 어떤 이의 말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기엔 너무나 생경하고 충격적이다. 이 개별자들의 이야기들은 지금 우리의 삶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과거 어려움에 처했던 사람들도 언젠가 누군가가 받아주었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었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