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하는 사람들>
2022, 단채널 비디오, 흑백, 사운드, 루프
공간을 가르고 있는 커다란 장막 저편에서 이동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어디론가 가고 있는 이들의 움직임은 빠르기도 느리기도 하며, 가끔은 힘차지만 때로는 지쳐 보이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계 저편에 관심을 두지 않고 갈 길을 가지만, 아이들은 막 너머를 바라보고, 밀거나 두드려보기도 한다. 어쩌면 어른들은 예전에 이미 다 해 보았지만 소용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얇은 천 하나를 사이에 둔 같은 공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들어갈 수도 없고 나올 수도 없이 막힌 거대한 벽은 낯선 이들을 향해 세워진 경계와 단단한 프레임을 상징한다.
<이동하는 사람들>은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국내외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출연진들과 함께 만든 영상이다. 그림자만으로는 정확히 볼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쉽게 편견과 다름을 걷어내고 서로의 닮음을 정확히 볼 수 있다. 피부색과 생김새, 옷차림이 지워진 한 겹 뒤의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