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두, <사진 신부>
2022, 설탕조각, 목재 유리장, 사탕수수 종이에 잉크, 220x273x246cm
2022, 사탕수수, 목재, 폴리카보네이트, LED 조명, PVC 튜브 관수 시스템, 2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65x325x1200cm, 약 28분
‘사진 신부’는 20세기 초 하와이로 이주한 7천여 명 조선 노동자들의 아내, 즉 사진 한 장에 의지해 태평양을 건너와 결혼한 조선 여성들을 일컫는다. 가난과 억압을 벗어나고자 스스로의 삶을 개척했던 용기 있는 소녀들을 맞이한 것은 뜨겁고 광활한 사탕수수밭과 밤낮없는 혹독한 노동이었다. 작가는 이들이 생을 바쳐 일구어낸 삶의 궤적을 따라가고자 제주도에서 직접 사탕수수를 키우며 지난한 노동의 과정을 거쳤고, 당시 사진 신부와 비슷한 또래였을 제주의 학생들과 긴 시간 워크숍을 진행했다.
미술관에 구현된 사탕수수밭의 달큰한 풀내, 오래전 하와이의 그들과 지금 제주의 우리를 연결하는 영상, 그리고 작가가 직접 설탕공예를 배워 조각한 사진 신부들의 단단하고도 연약한 초상은 이들이 견뎌내었던 낯선 땅의 외로움을 관객 앞에 재현한다.
정연두는 서울에서 이주민 수가 가장 많은 보라매공원의 댄스홀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나, 논리나 현실성이 다소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어린이들의 그림 등 누락되고 덮이기 쉬운 작은 서사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작가는 개별적인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보편적 경험과 정서를 추출하고, 이질적인 문화나 상황들을 한 화면에 봉합하는 사진과 영상, 설치를 선보이고 있다.
※ 이 공간의 향기는 사진 신부들이 타국 땅에서 매일 맡았을 싱그러우면서도 서글픈 사탕수수 냄새와 땀, 흙, 그리움의 냄새를 재현해내기 위해 포도뮤지엄과 꽁티드툴레아가 협업하여 조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