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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주

강동주


강동주, <빗물 드로잉>, <땅을 딛고 바다를 지나>

2020-2021, 종이에 연필, 각 76x56cm

2022, 먹지에 종이, 각 21.5x21.5cm


<빗물 드로잉> 시리즈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남긴 미세한 흔적을 감각하고 드러내는 강동주 작가의 탁월함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작가는 땅 위에 종이를 대고 연필로 문질러 얻은 굴곡이나, 빗물을 종이에 받아 적신 뒤 마르면서 울퉁불퉁하게 일그러진 종이의 흔적을 모사한다. 달 표면이나 땅바닥처럼 우그러진 자국은 시간의 흐름과 그에 따른 상태의 변화까지 담아내는 듯 보인다.

신작 <땅을 딛고 바다를 지나>를 위해 작가는 제주도의 항구 및 포구 44곳을 방문하여 관찰한 땅의 모습을 먹지 위에 눌러 기록했다. 먹지의 색이 빠지며 종이 위로 옮겨져 검게 남은 자리가 섬세한 대칭을 이루며, 제주도라는 특수한 땅의 장소와 시간성, 그리고 이동과 연결에 대해 추상적으로 사유하게끔 한다.

강동주는 자신의 신체로 감각한 풍경, 고정된 것 같지만 미세하게 변화하고 있는 풍경의 흐름을 붙들어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장소가 가진 시간성을 드러낸다. 종이에 장소의 질감을 눌러 담거나 먹지를 이용해 흔적을 옮기는 것은 그의 대표적인 작업 방식으로, 실제를 닮은 추상적인 이미지와 명암의 전치라는 역설이 담담한 화면 안에서 섬세하게 구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