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 칼라트, <짜여진 연대기>
2015, 전기 회로판, 전선, 부속품, 사운드, 스피커, 가변 크기, 밴쿠버 아트 갤러리 소장
가느다란 전깃줄로 직조한 대형 세계 지도는 마주 보고 있는 디파처보드와 함께 공항에 온 듯한 기시감을 일으킨다. 작가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주 노동의 경로와 패턴을 추적하고 이 비가시적인 흐름을 색색의 전기선으로 철조망처럼 엮어 우리의 눈앞에 드러낸다. 사람들의 삶이 만들어 낸 움직임은 국경 위를 넘나들며 세계를 촘촘히 연결하고 지도 위에 부착된 스피커에서는 해당 지역에서 채집한 각종 소리가 송출된다. 유기적 연결과 감각적 요소로 재편된 세계 지도는 오늘날 전 지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동과 거기서 발생하는 다양한 의미를 드러내고 있다.
리나 칼라트는 자신이 태어난 인도뿐만 아니라 세계 다양한 지역의 역사, 사회구조, 이주, 젠더, 환경 등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회화, 사진, 조각, 설치, 비디오 등 장르를 아우르는 작업을 통해 예술의 언어로 번역해 왔다. 그는 섬세한 관찰력과 감수성으로 세계 도처의 가려진 역사와 작은 목소리를 면밀하게 포착하고 이를 가시화하고 있다.